등산이 나를 살렸어
2022
텅빈 공휴일 /캔버스에 아크릴/91 X 116cm/2022
다 잘됐으면 좋겠다 /캔버스에 아크릴/91 X 116cm/2022 

메아리가 없다 /캔버스에 아크릴/162 X 130cm/2022

바쁜 휴식 /캔버스에 아크릴/145 X 112cm/2022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캔버스에 아크릴/162 X 130cm/2022

안심하는 마음 /캔버스에 아크릴/130 X 97cm/2022

위로는 하지마 /캔버스에 아크릴/80 X 100cm/2022

햇살은 어둡다 /캔버스에 아크릴/145 X 112cm/2022

이번 전시의 제목은 < 등산이 나를 살렸어 >이다.
이 시리즈는 2019년까지 작업해 왔던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의 농성천막 드로잉의 후일담에서 시작되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활기를 주고받으며 14년간의 투쟁을 지속했던 노동자들과는 달리 한걸음 떨어져있는 그들의 가족들은 각자의 힘으로 14년을 살아왔다. 무엇이 그들을 견딜 수 있게 했을까. 해고 농성을 마치고 마침내 집으로 온전히 돌아온 날,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등산이 나를 살렸어”

지난 겨울 산책을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얼마가지 않아 숨쉬기가 벅찼고 다리는 더 이상 내 몸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다음날 끝까지 오르지 못했던 산을 바라보며 다시 올랐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산을 올랐다. 생소한 길을 가다가 해가 져가는 바람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 더 큰 소리를 내며 걷기도 했다. 점차 산길은 익숙해졌다. 이제는 산에서 샛길을 찾아 특별한 장소를 알아갔다.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는 너른 바위에 멈춰 서면 참으로 고요해졌다. 뛰어올라 거뜬히 넘어가는 작은 언덕이 생겼다. 항상 잠시 기대는 바위도 생겼다. 차갑고 거칠며 단단한 질감의 바위에 따뜻하고 말랑한 내 볼과 손을 대었다. 

내 귀에는 항상 나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손수건으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다. 그러다가 산을 내려오는 어떤 순간 안심하는 마음이 든다. 호흡이 일정해지고 맥박도 돌아온 것이다. 평화로운 감정이 전신에 파고든 것을 알아챈다. 
그때 나는 종종 <등산이 나를 살렸다>는 그녀를 떠올린다. 

전진경.2022.10

You may also like

Back to Top